목적지가 확실하면 두려움은 사라진다
어제 저는 오랫동안 준비해 온 시험을 치르고 왔습니다.
2시간 반 동안 집중해서 문제를 풀고 나니 긴장이 풀려 힘이 빠지더라구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타고 내려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운 좋게 맨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하철이 반복해서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또 지나가는 모습이 꼭 제 인생 같다 라는.
하나의 터널을 겨우 지나왔다 싶으면 또 다른 터널이 나왔고, 그 안에서는 앞이 잘 보이지 않기도 했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 저 멀리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하더라구요. (밴쿠버 지하철은 지상구간이 훨씬 더 길거든요.)
목적지가 선명해지니까 저도 모르게 그냥 앉아 있기만 해도 언젠가는 도착하게 된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지하철에 탑승한 모든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이것을 탑승하면 우리는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것을.
그리고 모두 같은 것을 갖고 있기도 하지요. 우리는 각자의 목적지가 확실히 있다 라는 것입니다.
목적지가 확실하니 지하철을 타는 것 정도야 아무런 일도 아니다 라는 생각으로 서서 혹은 앉아서 목적지에서 잘 내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삶도 같다는 걸 느꼈습니다.
살다 보면 수많은 터널을 지나야 하지요. 짧은 터널 어두운 터널. 그리고 평소에는 가보지 못했던 목적지도 있을테구요.
늘 우리에게는 불확실하고 어두운 순간들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그 터널은 그리고 그 낯설음과 의구심은 그저 잠시 거치는 길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앞으로도 저는 수많은 터널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목적지만 확실하다면 이제는 두렵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목적지가 분명한 사람은 결국 도착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오늘도 그 길을 묵묵히 확신을 갖고 가보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