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민자시고 아빠시고 아내가 출산 후 우울하신가요
오늘은 아내의 출산 후에 제가 겪었던 것들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아이를 낳은 아내보다는 훨씬 덜 했겠지만 아빠로서 그리고 이민자로서 캐나다에서 출산에 대한 경험은 솔직히 말해 공포에 가까웠고 이러한 것들이 트라우마로 이어져 둘째에 대한 생각을 굉장히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이민자와 산후우울증, 나만 그런 게 아닐겁니다.
이민 생활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외로운 여정입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건 또 다른 세상과 마주하는 일입니다.
출산 후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밤새 수유하고, 아이의 울음에 하루 종일 시달리는 엄마.
그런 엄마를 지켜보며 어떻게 도와야 할지 막막한 아빠.
이민자 부부는 서로를 도우며 버텨야 하지만, 낯선 환경 속에서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캐나다는 개인의 자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이고, 산후조리원 등 고국과 같은 시스템은 많지 않습니다.
병원 진료 하나 받으려 해도 내가 먼저 찾아보고, 상담을 신청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토털 케어는 없고, 내 몸과 마음을 챙기는 것도 결국 나의 몫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중요한 건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라는 걸 아는 것입니다.
이민자라는 이유로, 부모가 처음이라는 이유로 힘든 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자책하지 마세요.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낯선 길이기 때문입니다.
캐나다에도 산후우울증을 도와주는 상담소, 커뮤니티, 온라인 그룹들이 있습니다.
도와달라고 말하세요.
손을 내밀면, 반드시 잡아주는 손이 있습니다.
아이는 자라고, 부모인 나도 조금씩 성숙해집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도 버티셨다면, 잘하고 계신 겁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저도 5년 이상을 하루하루 묵묵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누구 아빠라는 이름, 누구 남편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