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아마존, 쇼피파이(Shopify)라고 들어보셨나요?
캐나다에 살고 있으면서도 캐나다 기업 쇼피파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게 작년 코로나 이후 주식투자를 하고나서부터였다. 벤쿠버에서는 쇼피파이 광고도 잘 안 보인다. 쇼피파이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도 스포티파이(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랑 이름이 비슷해서 스포티파이 짭(?)인가 했었었고, 평소에 캐나다 경제에 큰 관심이 없던터라 (내가 일하고 있는 분야 제외하고는 그닥) 그리고 온라인 서비스를 하는 기업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었던터라 쇼피파이라는 기업을 인지하게 된지는 오래 되지 않았다.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알고 거기에 내가 갖고 있는 돈을 어느 정도 투자할 줄 알아야 월급쟁이에서 조금이라도 일찍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대체 무슨 기업이길래
미국 e커머스업계에서 부동의 강자는 아마존이다. 2명 중 1명이 아마존 프라임 회원일 정도로 아마존은 미국인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그럼 업계 2위는? 쇼피파이(Shopify)다. 이 회사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팬데믹 기간동안 주가가 가파르게 올라 다소 유명해졌지만,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회사 이름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토비 뤼트케가 “우리는 거의 보이지 않는 존재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설계했다”고 말할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는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는 네이버와 ‘카카오점(kakao店)’을 신규 론칭한 카카오가 e커머스 사업에서 ‘쇼피파이 모델’을 따른다는 말이 나오며 최근 자주 거론되기 시작했고 쇼피파이라는 이름이 조금씩 대중화되어가고 있다.
월구독제는 쇼피파이의 주 수입원
쇼피파이는 전자상거래 솔루션 회사다.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홈페이지 제작, 고객관리, 마케팅, 결제 등 전 과정을 쇼피파이 솔루션으로 해결할 수 있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라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정보기술(IT) 개발 지식이 없어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시가총액 네이버의 3배
쇼피파이는 지난해 2분기 총거래액에서 이베이를 앞지르며 아마존에 이은 2위 e커머스업체로 올라섰다. 2015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17달러에 상장됐고 7월 중순 현재 주가는 1442달러다. 코로나19 사태 전 400달러에서 가히 수직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1790억 달러(약 205조7000억 원)로, 네이버(약 74조 원)의 3배 규모다. 현재 쇼피파이는 전 세계 175개국에서 170만 개 이상 판매처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식품기업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 패션 브랜드 레베카 밍코프(Rebecca Minkoff), 운동화 브랜드 올버즈(Allbirds) 같은 대기업 고객도 있지만, 고객 다수는 작은 사업체다. 솔루션을 월 구독제로 제공하는데, 상품은 크게 구독료가 월 29달러부터인 기본 구독과 월 2000달러에서 시작하는 프리미엄 서비스 ‘쇼피파이 플러스’로 나뉜다.
소비자 직접 판매?
구독 서비스는 구독자가 늘어야 매출과 수익이 증가하는데, 쇼피파이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구독자를 꾸준히 늘려가야 한다. 그런데 아마존 애플리케이션(앱)을 켜면 ‘거의 모든’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뿐더러 프라임 회원에겐 하루 이틀 만에 무료로 배송해주는데, 어떤 소비자가 개별 온라인 쇼핑몰까지 귀찮게 굳이 찾아가 구매할까. 자체 쇼핑몰을 운영하느니 아마존에 입점하는 게 매출을 안정적으로 내는 지름길 아닐까. 이 부분에서 나도 의구심이 많이 들었었다. 이게 과연 돈이 되는 사업일까? 하고.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소비자는 자신의 개성이나 취향에 맞는 브랜드와 제품을 고르길 원하고, 기업은 소비자와 직접 접촉함으로써 자체 브랜드를 구축하고 소비자 데이터를 얻고자 한다. 이런 흐름을 타고 아마존과 쿠팡이 득세하는 가운데서도 ‘소비자 직접 판매’, 즉 D2C(Direct to Customer)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2019년 나이키가 ‘아마존 철수’를 선언한 뒤 자체 홈페이지 및 앱을 강화한 것이 대표적 예다. 팬데믹 이후 쇼피파이는 더욱 더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그 이유는 폭증하는 온라인 주문량에 천하의 아마존도 배송난을 겪자 소비자는 ‘대안 구매처’를 찾았으며, 각 제조사도 대형 유통업체에만 기대선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구책을 마련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쇼피파이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40%는 아마존이나 월마트를 거치지 않고 브랜드나 제조사에서 직접 구매한다. 쇼피파이는 또 2022년 미국 D2C 고객 수가 전체 인구의 30%에 해당하는 1억3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쇼피파이는 올해 1분기 구독 기업이 크게 증가하며 구독 솔루션 매출 3억2070만 달러(약 3690억 원)를 달성, 전년 동기 대비 71% 상승했다.
부가서비스 매출로 추가수익 창출
머천트 솔루션(Merchant Solutions)!!
쇼피파이는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결제, 포스(POS)기, 판매정보관리, 온오프라인 재고 통합관리 등을 자체 개발해 판매하는 동시에 ‘앱스토어’를 운영해 외부 개발자가 개발한 솔루션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례로 외부 개발자가 앱스토어에 올린, 인스타그램 피드를 웹사이트로 끌어오는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자신의 쇼핑몰 웹사이트에 적용할 수 있다. 머천트 솔루션은 주요 매출원이 될 뿐 아니라 ‘쇼피파이 생태계’를 만들어 고객들이 쉽게 떠나지 못하게 한다.
쇼피파이는 구독 솔루션보다 머천트 솔루션으로 더 많은 매출을 거두고 있다. 성장세도 머천트 솔루션이 더 높다. 올해 1분기 머천트 솔루션 매출은 6억6800만 달러(약 7681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37% 성장했다. 신규 고객이 계속 유입되는 동시에 기존 고객이 쇼피파이 내에서 더 많은 지출을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온라인 장터 어플 "SHOP"
쇼피파이는 지난해 초부터 온라인 장터 앱 ‘숍(Shop)’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쇼피파이 고객사들이 숍에 입점해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데 쇼피파이는 이들로부터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데이터를 분석하여 소비자 개개인 취향에 맞는 브랜드와 소비자 주변에 위치한 지역 업체를 추천해 작은 사업체의 성장을 돕고 있다. 그렇지만 쇼피파이가 출시한 간편결제 서비스 ‘숍페이(Shop Pay)’를 사용할 경우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브랜드 및 제조사 단위로 입점하고 자체 결제 솔루션을 사용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네이버, 카카오가 쇼피파이의 숍을 닮았다고 할 수 있다(다만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판매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부과한다). 2017년 출시된 숍페이는 지난해 말까지 누적 거래 금액 200억 달러(약 23조 원)를 기록하며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다.
아마존을 넘어서려면
저렴하고 손쉽게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게 하고, 재고관리부터 결제까지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며, 마중물이 돼줄 사업 자금까지 지원하기도 하는 등 ‘스몰 비즈니스’의 성장에도 포커스를 두고 있는 쇼피파이. 쇼피파이는 D2C 물결을 타고 아마존 제국의 해자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 물류 해결사, 즉 고도화된 풀필먼트(fulfillment) 솔루션까지 완성해야 아마존에 바짝 다가갈 수 있으리라는 게 미국 내 관측이다. 이는 네이버, 카카오에도 마찬가지 도전 과제라는 점에서 쇼피파이의 다음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고, 아마도 쇼피파이 주주들은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을 것이다.
출처 - https://weekly.donga.com/Library/3/all/11/28173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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