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이는 요즘 이가 나기 시작하려는지 말랑말랑한 고무장난감을 빨거나 씹는걸 부쩍 좋아한다. 잇몸이 근질근질한가보다. 모유만 먹고 지금까지 컸는데.. 참 신기하다. 아직도 아기인데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는게 하루가 다르게 느껴지고 눈에 보인다. 아기인데 아주 조금씩 어린이의 모습이 보인다고나 할까.
하루종일 와이프가 아이를 돌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퇴근 후 식사를 마치고 튼튼이를 데리고 밖에 나간다. 유모차에 태워서 동네 한 바퀴를 돌고 튼튼이가 잠들기를 기다리다가, 잠든 후에 비로소 찾아오는 고요함과 안도감이 하룻동안 일하면서 여기저기 바쁘게 움직이며 받았던 피곤함을 녹여주는 것 같다고 할까, 그 순간에 힐링을 받는것 같아 아이랑 같이 한 두 시간 산책나갔다가 오는 그 시간이 참 좋더라. 와이프도 혼자만의 시간이 좀 필요하니까.
나는 아기띠와 유모차를 동시에 가지고 나가는데 눈치 빠른 이 녀석은 아빠 품이 좋은지 문 열고 나가자마자 안아달라고 보챈다. 어깨는 좀 아픈데 뭐 괜찮아.... ㅋㅋ
난 튼튼이를 안으면 마음이 왠지 모르게 편하고 푸근하더라. 내가 얘를 키우는 건지 얘가 나를 키우는건지 ㅋㅋㅋ 그렇게 요즘 우리 부녀는 서로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이제 8월이 되니 슬슬 해도 짧아지고, 날도 그렇게 덥지 않고. 벤쿠버는 그렇게 계절변화를 겪고 있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날들도 많이 안 남았다. 가을이 되면 슬슬 비가 자주 오기 시작할테니까. 코로나19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지만 묵묵히 시간은 흐르고 또 어느 순간엔 이 공포도 멈춰지겠지.
지금은 우리가 튼튼이 기저귀도 갈아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튼튼이가 우리보다 영어도 더 잘할테고, 친구들도 훨씬 더 많을테고, 대화에 문제가 없다보니 이 사회와 사람들에 대해 더 잘 알테고, 그리고 더 자라 사춘기가 올 즈음에는 이방인으로 사는 엄마아빠가 시원찮아보일텐데... 라는 현실적인 생각도 자연스레 하게 된다.
어쩌면 이 아이는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할 수도 있고 한국에 대해 관심이 없을 수도 있고 자신이 한국사람임을 부정할 수도 있다. 여기 이 나라에서 튼튼이는 자신의 국적을 선택할 수 있으니까...
얼마전에 몸이 좀 뻐근하길래 치료 받을겸 피지오 테라피를 다녀왔는데 거기 계시는 한국인 선생님이 한국말을 잘 못하시더라. 처음 있는 경우는 아니었지만 아이가 생기니 평소에 스쳐지나갔던 모습들이 이제는 눈에 보이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의 미래를 머릿속으로 조금 그려본다.
나는 캐나다에 캐네디언 드림을 꿈꾸며 직업적으로 성공하려고 온 것도 아니고, 앞으로 남은 시간을 몽땅 투자해서 돈을 정말 미친듯이 벌고 싶은 것도 아니고, 힘 써줄 수 있는 친한 친구가 많은 것도 아니다. 여기서 경제적으로 기댈 수 있는 구석도 당연히 없고. 북미식 문화 언어 유머를 즐기고 배우고 싶은 사람도 아니다. 그저 직업을 유지하면 되고 그 마저도 어느 정도 선에 다다르면 멈추고 싶다.
우리 가족 셋 그리고 마음에 맞는 몇 명의 친구들과 티키타카하면서 사는게 충분히 행복하고 그런 방식으로 살라고 튼튼이에게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각자의 삶의 방식이 있는거니까.
그저 난 주 5일 8시간씩 일하면서 튼튼이와 와이프랑 같이 사진 많이 찍고 시간을 자주 보내고 싶은 아빠이고,
벤쿠버에 베이스로 두고 단거리 장거리 여행을 하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이방인인데,
튼튼이가 그런 나를 이해해줄까.
한 두 시간 남짓이지만 아이 재우며 산책하며 사람들 구경하며그런 생각들을 많이 한다. 튼튼이랑 앞으로도 계속 친하게 지내고 싶다라며... 하하....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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