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생각한다.
수 년동안 몇 번을 만나고 헤어지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친을 만나러 갔던 때를.
어느 날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나 캐나다에 가기로 했다고. 잘 있으라고.
돈도 없었고, 직업도 없었고, 대학을 갓 졸업했을 때였다.
졸업사진 찍는다고 맞춰놨던 양복을 입고, 구두를 닦고, 시계를 차고 나가기로 했다.
한번도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었으니,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자리에서 정말 말끔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걸어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가진게 없지만, 미래도 불투명하지만, 너는 한국을 떠날테지만
다시 한번 만나보자고 용기를 내어 말했다.
그 자리에 나가 얼굴을 보니,
마지막이면 정말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진심으로 들었던 기억, 그리고 정말 많이 긴장했던 기억이 지금까지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밑도 끝고 없이 갑자기 다시 사귀자는 말에 아마 나를 미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면 어떤가. 나는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절실해서 말한 것이었는데.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왜 그랬는지 지금까지 살면서 아직도 물어보진 않았지만, 그 때 그 여친은 나를 고맙게도 받아주었다.
그리고 그 날부터 나는 캐나다를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비자도 준비하고. 돈도 모으자고 생각했다.
우리를 힘들게 했던 환경들을 모두 뒤로 하고,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주변에서 취업준비를 한창해야할 시기인데,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캐나다 생활을 하겠다고 한 (그것도 여자 때문에) 내 결정을 이해해줄리 없었다.
당연했다.
나는 비자를 준비하는 동안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도 해보기로 했고, 돈도 벌기로 했다.
많은 돈은 벌지 못했지만, 적은 돈이라도 집에 생활비도 드렸고, 돈을 더 벌고 싶어서 막노동도 했다.
어쩌면 한국에서 사는 마지막 생활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새로운 곳에서의 새 삶.
동거로 시작하지만, 결혼으로 마무리 하고 싶은 당찬 꿈도 꾸고 있었다.
그랬었다.
이제는 오래된 이야기이고 어릴적 철 없는 행동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때 그 과감한 결단이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자니고 보니,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그 이상까지 계획한 내 나름대로의 인생 프로젝트였다.
운이 좋아 한국에서 지내면서 좋은 회사에 취업하고, 그리고 좋은 사람도 만나고 해도
여친 정도라면, 내 인생을 한번 걸어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캐나다라는 나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둘이라면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내가 나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
고생과 그것을 넘어서는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내 결정을 후회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아예 가진게 없었기 때문에 잃을 것도 없었다.
우리 둘은 현재를 살며 불안해 하지 않았다.
우리는 미래를 확신했다.
시간이 지나, 돌고 돌아 밴쿠버로 왔다.
삶은 계속 된다.
성공한 삶도 아니고,
현실은 여전히 근사하지 않지만
지난 날의 후회없는 선택과
여친에서 와이프가 되어 아이를 안겨준 고마움 덕분에 나는 후회없는 삶을 살고 있다.
인생을 살면서
한번쯤은 모든 것을 걸로 도전 해봐야 할 시기가 있다고 믿는다.
나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기에.
현실에 벽에 부딪혀 서서히 식어갔던 열정에 다시 한번 불을 지펴본다.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승자는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서 계산을 하지만,
패자는 달리기도 전에
계산부터 먼저 하느라 바쁘다.
- 책, 세이노의 가르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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