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의 카톡

요즘 몇 일
반어웃증후군까지는 아닌데
좀 지쳤었다

직장에서는
새로 부임한 우리 부서 신개념 꼰대 매니져
집에 돌아오면
튼튼이 육아로 심신이 지친게 눈에 띄게 보이는 와이프 (마음이 무너진다)
새벽 세 네 시면
어김없이 울고불고 떼쓰며 잠투정을 부리는 튼튼이를 안고 달래느랴
쪽잠자고 다시 출근

이렇게 근 한 달 가까이를 보내다보니

나도 사람인지라

희망이 점점 사라져가고

감정이 슬슬 예민해져가던 찰라 그만

새벽에 찡얼찡얼 잠투정부리는 우리 튼튼이에게
짜증을 부리고 말았다

왜 그래 왜
어디 아픈거 아냐
왜 그러는건데 진짜
어디 잘못된거 아니야
아오

라며 튼튼이에게 그 새벽에 화를 냈다
그러면 안 됐는데
나도 모르게 욱한 심정에

처음 있는 일이라 그랬는지
와이프는 다 듣고 있었구나
자는 줄 알았는데

와이프가 이런저런 속상한 얘기를 장모님께 했는지
어제 밤에 장모님께 카톡을 받고
마음이 참 짠하고 그랬다

멀리서도 자나깨나 항상 튼튼이를 생각하신다

튼튼이가 태어나고
영원히 저기 멀리서 머물러있을것 같았던 장모님과의 관계가
튼튼이를 중심으로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음을 체감한다

퇴근 후 나는 날이 좋아도 날이 좋지 않아도 튼튼이와 같이 밖에 나간다. 튼튼이도 나도 그 시간을 좋아한다

우리 장인어른 장모님은
그 동안 우리 부부가 연애 결혼을 거친 긴 시간동안
이제껏 한번도 나와 와이프에게 싫은 내색 한번 안 하셨다
애기 언제 낳냐는 그 흔한 재촉도 한번 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타지에서 생활하는 우리가
그저 별 탈 없이 건강히 잘 지내기만을 바라셨다
나는 그게 참 감사하다

항상 우리 가족을 걱정해 주시고
저 멀리 한국에서도
사랑으로 튼튼이를 대해주시는데

내가 그러면 안되지

엄마를 닮아 사람을 좋아하고 잘 웃는 아기 튼튼이

튼튼이 녀석
그러고 보니 이제 200일이 갓 지났다
그래서인지
제법 움직이도 날쌔졌고
조금씩 조금씩 잠도 더 깊게 오래잔다

분명 하루종일 튼튼이를 양육한
튼튼엄마의 헌신 때문이었을거다

이렇게 주변에서 도와주는데
다시 정신 차려야지
넘어지고 부딛히며 결국
좋은 아빠가 되겠지
라면서 스스로를 달래본다

하나 키우기도 이래 힘든데
다들 애기 어떻게 키우시나요
ㅎ ㅠㅠ

2020/09/26 - 다음 홈앤쿠킹에 제 글이 소개되었네요

2020/08/30 - 벤쿠버 육아 6개월차 아빠 수면부족

2020/08/27 - 벤쿠버 튼튼이아빠의 직장생활 - 서바이벌편

2020/08/14 - 벤쿠버 퇴근 후 산책 routine

2020/08/09 - 벤쿠버 부부 둘이 하는 현실육아

2020/08/01 - 벤쿠버 개스타운 힙한 육아용품점

2020/07/31 - 밴쿠버 5개월 아기 초보아빠

2020/07/14 - 와이프 육아 중 대상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