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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도착한 곳. 캐나다.
자녀 교육

아무리 어려도 애들은 다 기억하고 있어

by 캐나다 여행자 2023. 12. 6.

아이를 재우고, 

아내가 부탁한 빨래감들을 욕조에 담가둔다. 

다행이다. 아내 말을 들을 수 있어서. 피곤하면 그냥 골아떨어지기 일수였던 요즘이었다. 
 

요즘 아빠 좀 어떠셔? 

응, 그냥 그렇지뭐.
치매라는게 더 나아질 수는 없잖아... 

 

아.. 그렇지? 

 
괜한걸 물어봤었다. 

나는 그냥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본거였는데, 애써 담담하게 내 의미없는 질문에 힘없이 대답했던 그 분의 모습이. 

그 분은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우연히 알게 되어 친하게 지내고 있는 지인부부중 한 분이다. 
그 분이 한국인이 아닌 관계로 우리는 영어로 대화한다. 
내가 영어를 유창하게 했더라면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지낼 수 있을텐데. 늘 아쉽다. 

가끔 그 힘없이 대답했던 촛점잃은 그 분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사실 우리가 자주 보는 사이는 아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마음 속에 깊이 남아있다. 그 모습이. 

우리 아빠 생각도 나고. 

우리 아빠.... 

예전 기억으로 돌아가본다. 
일곱여설살 즈음의 나로. 

아빠, 옛날에 왜 그랬어... 

 

우리 아빠는 다정한 분이 아니셨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마음을 표현하고 사랑을 나눠주시던 분이 아니셨다. 아내에게도, 자식들에게도. 

친구들에게는 굉장히 의리있고, 직장동료들 사이에서는 꽤 남자다운 사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엄마에게 들은 바로는 우리 아빠는 직업이 없던 백수 아버지와 미군부대에 다니던 할머니의 아들이라고 했다. 
우리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둘째아내였다. 

시집살이를 심하게 하셨는지, 우리 엄마는 할머니를 우리들에게 첩이라고 불렀다. 
그래서였는지 어린 나이에도 나는 첩이라는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뉘앙스도. 

우리 아빠는 술고래였다.

80년대 후반. 연탄불에 아궁이가 있던 그 시절 아버지들은 대부분 그랬을거야라고 애써 스스로 위로하기도 한다. 

거의 매일 술에 취해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로 들어오시면, 나에게 늘 본인처럼 살지 말라고 하셨었다. 
노력하며 살으라고. 뼈를 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너는 노력을 안 한다고.. 반복 또 반복.. 지겹도록 들었었다. 

술에 취한 아빠의 주정으로부터 엄마를 지키려 우리 누나는 매번 큰 소리를 치며 대들어서인지, 우리 누나는 아빠한테 심하게 맞았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아빠에게 맞아본 기억이 많이 없다. 

전쟁같았던 셀 수 없었던 수 많은 술 냄새 진동했던 밤들 중에서, 나에게는 왜 손을 유독 안 대셨을까. 

늘 의문이었다.
지금도.  

아빠, 나 한국 가.

그리고 결혼해. 

 

여자친구에게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할 수 없었지만,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에 대해서 대부분 솔직하게 이야기 해왔었다.

백화점 5층즈음에 있었던 던킨도너츠였던 걸로 기억한다.
무서웠는지, 옆에서 긴장한채로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여자친구 얼굴이 보인다. 

결혼하기 전 한국에 들어가서 정식으로 여자친구를 아빠에게 보여드리는 자리였다. 
오래 사귀었지만, 정식으로 보여드린 적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런 자리는 우리들에게 사실상 마지막이라는 것도 대강 짐작하고 있었다. 

넘 긴장하지 마. 괜찮아. 라고 여친에게 이야기했지만, 사실 나도 아빠를 너무 오랜만에 뵌다. 

 

어. 반가워요.

 
어색하게 웃으며 안경을 쓴 익숙한 모습의 어느 아저씨 한 분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고스톱 칠 때,
패가 잘 들어와도 고스톱에서 지는 사람이 있다. 
광을 여러 개 들고 있어도 지는 사람이 있다. 
무엇을 먼저 먹어야할지 모르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좋은 패를 가지고도 게임에서 지는 것이다. 패만 잘 받아야 고스톱 게임에서 이긴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삶은 자신의 자세와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누구는 부모가 준 돈을 쉽게 써버리기도 한다. 
또 누구는 부모를 평생 원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경제적 결핍을 주었다고 치자. 

부모가 결핍을 주었으니 나는 돈을 잘 벌으려 열심히 노력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돈이 있을 때도 돈이 없을 때도 계속 끝없이 부모를 원망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마음이 모두 타들어가 재가 되고 있는 줄도 모르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한이 되고. 

결핍을 받아도 우리가 자세와 태도를 바르게 하면 그것으로 인해 좋은 일이 일어나게 된다. 

- 김창옥 정기강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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