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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는 습관

캐나다 직장생활 이야기 - 매일매일 수제비누를 만들어주는 비누 아저씨

by 캐나다 여행자 2023. 11. 28.

덩치가 크고 완전 상남자스러운 이목구비를 가진 얼굴 
 

같이 일하는 컨트렉터 A씨.

병원에 있는 시설이나 장비들을 해당부서 직원들이 수리하거나 관리하지만, 안전에 대한 검증이나 교육같은 것들은 필요할 경우에 외부에서 사람을 고용하기도 한다.

몇 달전부터 나는 A씨와 일을 같이 하고는 했다. 
처음 이 분을 봤을 때, 이 분은 자신을 소개하고 자기가 직접만든 비누를 나에게 나눠주었다. 
 

재미있는 사람이네
 

보통 비누는 마트에서 사서 쓰지 않나? 라고 생각이 들면서, 집에 와서 우리 집 꼬맹이에게 보여준다. 
왠걸... 생각치 못했는데, 정말 좋아한다. 
집에서 직접 만든 수제비누라서 그런지 향도 고급스럽고 그리고 보습효과가 시중제품들보다 뛰어났다. 
별 생각없이 호의라고 생각하고 비누 몇 개 받은 것인데,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는건지 생각도 못했다. 
다음 날, A씨에게 아이가 너무너무 좋아한다고. 정말 감사했다 말씀드리자, 정말 기쁘게 웃으시며 자기가 다른 비누를 또 만들어주겠다 한다. 정중하게 괜찮다고 말씀드렸지만, 다음 날.. 
 

오늘은 다른 스타일로 한번 만들어 봤어
 

A씨는 샤워밤을 나에게 선물해줬다. 물에 넣으면 거품을 내면서 사르르 녹게 되는 다른 형태의 비누라고 한다.  

 
아빠. 이 비누 너무 재미있다

 
목욕을 하기 귀찮아하는 이 아이는 이제 매일매일 목욕시간을 기다린다. 거짓말 같이. 
 


A씨.

이 분은 누구를 만나더라도 스몰토크를 시도하고 아무 조건없이 최선을 다해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다. 

엘리베이터에서건 병실 안에서건 가볍게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조차도 최선을 다한다. 
누가 시킨것도 아니고, 그냥 자기 일만 하고 집에 가면 그만인데. 이 사람은 그렇게 한다. 
그리고, 나한테 정말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나도 이 분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기로 했다. 같이 일 할 때 불편하시지 않도록 사소한 것까지. 
그렇게 해드리고 싶었다. 
일 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내가 이 분에게 드릴 수 있는 유일한 기쁨은 비누에 대한 피드백을 솔직히 나누는 것이 전부다. 
어떤 향을 좋아하는지. 어떤 색깔을 원하는지. 원하는 것을 보여주고 고르란다. 비누를 더 잘 만들고 싶단다. 이미 충분히 잘 만드시는 것 같은데도. 
 

이 분 연봉은 1억이 넘는다고 했다
 

부자는 아니지만, 집도 있고, 아이도 넷이나 있단다. 

이 분도 알고 있다. 나는 우리 부서 말단직원일 뿐이라는 것을. 굳이 나한테 잘 보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전 부인하고 이혼한 이야기. 이혼 후 빈털터리가 된 이야기. 현재 여자친구 이야기. 전 여자친구 이야기.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살고 있는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한다. 이 사람 뭐지.... 

하루 종일 둘이서 몇 달 씩 같이 일하다보니, 좀처럼 나를 밖으로 꺼내지 않는 나 조차도 이 A씨에게 만큼은 가감없이 솔직하게 보여주게 되었다. 

정말 처음이었다.
직장에서 이런 대화를 나눈다는 자체가. 나는 영어도 완벽하지 않은데. 왜 이렇게 말하기 편한건지. 
 

지옥같이 느껴졌던 출근길이 매일매일 설레였다 

 
우리 부서에서 내 이야기를 이만큼 귀기울여주는 사람이 있나? 

매일매일 새로운 수제비누는 주시는 것도 정말 감사했지만, 나는 이 분이 나에게 보여준 호의가 너무너무 감사했다. 

매번 한사코 거절하는 내 작은 보답에 대한 노력도 한사코 거절하고, 같이 밥을 먹어도 커피를 마셔도 매번 결제를 해버리는 이런 키다리 아저씨 같은 분을 나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러고는 좀 민망한지 일 잘 도와줘서 오히려 본인이 더 고맙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안 도와준다면서.. 

모기지를 다 갚고, 지금 일하고 있는 곳에서 2-3년 안에 은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이 분. 

그리고 거의 막바지에 이른 이 프로젝트. 
이 일을 하면서도 이직을 준비하는 나. 

프로젝트가 끝나기 2주 정도 남은 이 시간이 우리의 라스트댄스처럼 느껴진다.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인가? 
작은 만남도 진심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인가? 

 
나는 과연 그런 사람인지 나에게 묻는다. 

나는 항상 누군가에게 give 보다 take 를 원하는 사람이 아니었는지 나에게 묻는다.   
 
크리스마스 때 뭐하실 거에요?
라고 물으니,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 친척들과 가족들을 위해 비누를 많이 만들어 놓아야 한단다. 한껏 만들어서 원하는 만큼 줄거라고. 다들 기다릴거라고. 누구는 무슨 향을 좋아하다는둥 이미 취향을 아는 걸로 봐서 A씨의 수제비누 팬들이 많은것 같았다. 
 

행복을 나누는 것에는 여러가지 방식이 있구나
 

누군가를 위해서 노력을 하고 행복을 만들고, 그 행복의 크기와 관계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나누는 것. 

그 동안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건 아닐까.

집에 남아있는 그 동안 감사하게 받아온 한가득한 비누가 그리고 그 향기들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내 마음 속에 오랫동안 좋았던 기분들이 남아 있을 것 같고,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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