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몇 일 째 좋아서 일 하다 말고 밖엘 멍하니 보곤 했던 요즘이었다.
“밖은 천국이고 안은 지옥이네...”
요즘 내가 일하는 곳에 이런 저런 누수가 자주 발생하여 restoration company도 부르고 일 수습 등등 하느랴 진이 빠질대고 빠져있었었다. 아.. 얼릉 쉬는 날이 왔음 좋겠다 싶었고 생각보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 덧 7월 말이다. 낼 모레는 벌써 8월.
와이프: 밖에 테이블에서 뭐 먹을까?
나: 그래
대책없이 대답해놓고는 와이프가 미리 해동시켜놓은 소고기랑 찐옥수수, 감자 셀러드 얼릉 준비해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날이 너무 좋아 오늘은 꼭 그래야할 것 같아서.
튼튼이는 유모차에서 자고 있었고 와이프랑 나는 오늘 하루 있었던 얘기 잠깐하면서 집에서 해 온 음식을 나눠 먹었다. 둘 다 배고팠는지 냠냠냠 한 접시씩 먹고 냉커피도 마시고 그랬다.
나: 저 아저씨 어디서 마니 봤는데...
와이프: 누구?
나: 그 있잖아. HGTV에 그 쇼. 집 레노베이션 해주는 아저씨. 러브하우스 같은 프로그램 왜 있자나..
와이프: 누구지? 처음 보는디...
나: 예전에 시골에 있었을 때부터 블라블라
와이프: 그래? 가자 내가 말 걸어볼게 이름이 뭐라고?
나: 응? 하지마 나 떨려. 진짜 하지마
와이프: 뚜벅뚜벅. 안녕하세요! 당신이 Mike Holmes인가요? 파워당당
Mike: 네 제가 마이크에요. 인자하신 미소
와이프: 아 ㅋ 제 남편이 아저씨 a big fan of you에요. 그리고 대화에서 옆으로 쑥 빠짐
Mike: 아 그래요? 나를 바라보며(심쿵) 이름이 어떻게 되요?
나: (사진 찍자고 할까) 아... xx이라고 해요.
Mike: X.X. (방송을 오래하신 짬바가 내 이름 두 글자 부르는데도 ㄷㄷ 발음 진짜 정확하게 불러주셨다. 방송 진행하시는 줄. 티비에서 보던 그 모습이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하우아유두잉?
나: (이미 얼었ㄷㄷㄷ) 어... 화인 땡큐 앤 유?
Mike: 아임 굿 땡큐. 나 여기 촬영왔어요 2개 big organizations 블라블라 코비드 때문에 블라블라..
나: (이미 정줄놓) 어 그래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 어색한 웃음 급퇴장
하......... 왜 그랬지?
우리 집 이 근처인데 우리 집도 레노베이션 해줄래요 지금 갈래요? 하하하
아 알아요 당신 바쁘고 비싼거 하하하 I am just kidding 하하하
이런 드립은 왜 꼭 뒤돌아서면 생각나는 것인가. 사진이라도 찍자고 할걸. 쑥스러워 하는 모습이 나도 내가 너무 어색하더라. 나 왜케 쑥스럼이 많지 이게 뭐라고 ㅠㅠ
샐럽이시고 (일지도 모르고) 매니저나 보디가드 같은 분들 옆에 안 계시고 와이프랑 친구 강아지 이렇게만 계셔서 쉬시는데 방해될까봐 조금 조심한 것도 물론 있었다. 계속해서 내가 말 걸어본다고 하는 와이프한테 나는 괜찮다며 쿨한척 한 모습도 좀 있었지 싶었고.
- 근데 와이프야 고마워 그래도 덕분에 짧지만 대화도 하고 그 분 맞는지 확인도 하고. 와이프는 역시 직진녀 ㅋㅋㅋ
짧은 대화를 마치고 가벼운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혹시나 지금도 계시나 봤더니 꽤 오래 앉아계시더라. 지나가던 행인으로 보이는 사람들하고 대화+사진도 찍고 그러는것 같았다. 원래 여기 사셨던 것처럼 다들 아는 사람들인 것처럼... 쿨내진동 ㅎㅎ
아... 이 울렁증 언제 극복이 될까. 언젠가 다시 만나면 나 기억하냐고 벤쿠버에서.. ㅋㅋ 라고 대화 함 해봐야지. 적어도 이제 Mike하고 대화를 이어갈 에피소드는 하나 있으니까. 그 때 떨렸다며 얘기할 수 있는 ㅋㅋㅋ. 그 때는 쿨하게 인사 먼저해야지
자랑인듯 자랑아닌 자랑같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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