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감정이 있다. 바로 ‘외로움’이다. 누군가와 단절되어 생기는 외로움도 있지만, 요즘 내가 느끼는 건 조금 다른 종류다. 바로 자발적 외로움 이다.
아이를 키우고, 일을 하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없이 바쁘다. 몸이 피곤하거나 아파도 멈출 수 없는 일들이다. 내 컨디션과 상관없이 해야만 하는 일들, 책임이라는 이름 아래 꾸준히 반복되는 삶.
이런 삶을 5년 넘게 살아오고 있다. 처음엔 버거웠고, 가끔은 억울하기도 했다. 왜 모든 짐이 내 몫인 것처럼 느껴질까. 그렇다고 누구 탓을 할 수도 없었다. 그냥 이게 아빠 라는 이름으로 사는 삶인가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넘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달라지는 게 있었다. 주변 사람들과의 연락이 줄어들고, 만나던 사람들도 멀어졌다. 누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여유가 없었다. 밥 한 끼 같이 먹자고 누군가에게 연락하는 것도, 내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힘들게 느껴졌다.
하루하루 버티는 것 자체가 전부였기에, 마음의 문을 열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어느새 나만 남았다. 연락이 줄어든 지인들, 멀어진 관계들, 어쩌면 내가 먼저 놓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이 쌓이면서 문득 깨달았다.
아, 이게 자발적 외로움이구나 라고.
누군가를 필요로 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너무 바쁘고, 너무 지쳐서 그럴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이제는 누군가가 내 상황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사라졌다. 오히려 그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 애써 공감받지 않아도 되는 거리감이 오히려 편하다.
사람의 에너지는 유한하다고 한다. 무한히 베풀 수도 없고, 항상 밝을 수도 없다. 우리는 힘을 쓰면 반드시 휴식이 필요하고, 밤이 되면 자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동안 나는 이 단순한 사실조차 잊고 살았다.
이제는 나도 나를 돌봐야 한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조금씩 갖기 시작했다. 혼자라는 게 쓸쓸하고 외로운 것이 아니라, 필요한 휴식일 수 있다는 걸 배우는 중이다.
혼자 있는 법을 배워가면서, 점점 평화를 느낀다. 내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을 더 이상 공허하게 느끼지 않게 됐다. 조용한 저녁, 아이가 잠든 시간, 아무도 연락하지 않는 순간. 예전 같았으면 허전했겠지만, 지금은 그 고요함이 고맙다.
이 외로움은 더 이상 나를 괴롭히는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내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안전지대 같은 느낌이다.
나는 지금, 혼자 있는 법을 배우며 나를 돌보는 법도 함께 배우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는 가장 필요한 성장이라는 걸 조금씩 깨닫고 있다.
나를 이해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지금 충분히 나를 위해 바쁘고 나에게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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